역사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사도
오늘 리뷰할 영화는 2015년 개봉한 영화 '사도'입니다. 송강호 배우와 유아인 배우는 이미 연기력으로는 증명이 되었기에 개봉한 날 바로 보러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목에서부터 말해주고 있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역사실존인물인 '사도세자'입니다. 사도 세자는 영조의 후궁 영빈 이씨의 아들입니다. 사도세자는 아버지와 오랜 갈등 끝에 만 27세의 젊은 나이로 죽게된 비운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도세자는 아버지와의 깊은 갈등상황 속에서 비행과 기행을 저지르다가 아버지인 영조임금의 명으로 뒤주에 8일동안 삼복 더위가 갇혀있다가 죽게된 안타까운 인물입니다. 이 사건을 임오화변이라 부릅니다.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가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영조의 출신성분 때문이었습니다. 영조는 왕실 최초로 왕세자가 아닌 왕세제로서 왕위에 오른 왕이었습니다. 영조는 서출이었지만 형인 경종대왕이 자식이 없고 병약하자 왕세제로 삼습니다. 그리고 경종이 죽고 나서 즉위하게 됩니다. 서출이라는 출신 성분은 영조에게 늘 약점이 되었습니다. 영조는 이러한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하여 완벽주의적으로 업무에 매진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사도세자를 얻고 나서는 돌도 지나지 않은 아들을 곧바로 세자로 책봉하였고 어린 시절부터 과도하게 학습을 강요하였습니다. 어린이는 어린이 답게 자라야 했을텐데 사도는 돌이 지나서부터 세자로 살아야 했기 때문에 그 삶은 늘 억눌려 있던 삶이었을 겁니다. 과도한 영조의 학습강요와 높은 기대치는 오히려 사도세자를 실수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사도세자가 실수할 때마다 영조는 칭찬과 격려보다는 감정적으로 나무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신의 출신성분에 대한 컴플렉스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이나 그래선 안되었지요. 결국 사도세자는 자신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비하하는 영조로부터 비뚫어져 온갖 기행과 비행을 일삼게 되었습니다. 결국 영조에게 끌려가 뒤주에 갇히게 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사극영화에서 현실 부자관계를 만나다
이 영화의 배경은 조선시대로 하고 있지만 영조와 사도세자 간의 갈등은 오늘 날 어느 가정집에서도 보여질 만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장남으로 태어난 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공감할 만한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남자에게 또는 장남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모습이 있기에 더더욱 와닿았습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시공간을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대사에 있었습니다. "자식이 잘해야 애비가 사느니라"와 같은 대사는 살면서도 아들로써 한번쯤 들어봤을 말이라서 공감이 갔던 부분입니다. 어쩌면 실제로 아버지와 저의 관계가 겹쳐보이면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대의 문화와 분위기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입니다. 오늘 날을 살아가는 우리 세대와 우리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세대 간의 표현 방식이 다르듯이 말이지요. 조선 시대 이지만 오늘 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인 말투로 대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조선 왕실의 옷을 입은 현대 가정의 모습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었습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사극의 메시지가 오늘 날 나의 삶에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극의 수준이 이렇게 높아졌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가막힌 연출과 음악
영화 중반부를 달려가면서 자꾸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소지섭 배우였습니다. 개봉 첫 날이고 아무런 정보없이 영화관으로 달려갔기에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었습니다. 그 어떤 스포일러도 듣지 못한 상태였지요. 극중 유아인 배우를 보면 볼수록 마음 속에 소지섭 배우가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어린 세손이 성인 세손이 되었을 때, 소지섭 배우가 등장합니다. 일어나서 외치고 싶었습니다. "나 마음속으로 소지섭 배우 생각하고 있었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하나의 연출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연출 기법인 일종의 미장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지섭 배우가 연상되게끔 다른 작품에서 소지섭 배우의 모습과 유아인 배우를 비슷하게 분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아무런 맥락없이 소지섭 배우가 떠올랐던 것은 우연이었을까요?
또한 이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은 영화음악에 있습니다. 영화 음악감독은 방준석씨였습니다. 필모그래피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겠지만 한국의 엔니오 모리꼬네라고 할만큼 한국의 많은 영화의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아버지 사도 세자를 기억하며 어머니의 생신자리에서 정조가 칼을 들고 춤을 추는 장면은 마치 시간이 그대로 멈추고 그 시절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 '왕이 춤춘다'를 듣곤 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방준석의 새로운 음악을 만날 수 없습니다. 그는 2022년 3월 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가 세상에 남긴 음악은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풍성함을 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평
역사적 팩트를 뼈대로 우리 시대 언어로 현실적으로 표현된 이 사극영화는 사극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영조와 사도세자라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우리에게 전해준 고마운 작품입니다. 두 인물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고 두 인물 모두의 입장이 각자의 자리에서 타당하기에 더욱 안타깝고 애타게 만들었던 영화, 더욱 몰입해서 아주 오랫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아 행복했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진면목은 영화 안에서 직접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내서라도 꼭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 '사도' 리뷰였습니다.